유대인의 지혜 (투자)

분산, 가치, 장기 투자를 하는 습관

지 소로스는 헤지 펀드의 대가로 20세기 금융계의 신화적 존재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1969년에 투자 회사 퀀텀 펀드를 설립하며 10여 년 간 무려 4,200%라는 경이적인 투자 수익률로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현재 그의 재산은 약 70억 달러(한화로 약 8조 원)에 달한다. 유대인 출신 투자가 중에는 조지 소로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상위 30위 안에 드는 헤지 펀드 대부분은 유대인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독 돈과 관련해서 두각을 나타내는 유대인들, 투자와 관련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랍비들은 분산 투자의 아이디어를 토라(창세기 32:8)에서 가져온다. 이야기를 옮겨오면 다음과 같다.

야곱은 장자권(Birthright, 첫아들이 갖는 책임과 특권)과 그 축복을 받기 위해 형 에서를 속인 이후로 형과 오랫동안 불화를 겪고 있었다. 하란의 외삼촌 댁에서 결혼을 하고 많은 재산도 모은 야곱은 형과 화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기 가족을 두 팀으로 나누고 선물로 줄 양과 낙타 등도 두 그룹으로 양분한 뒤 형 에서에게 보냈다. 혹시라도 화가 덜 풀린 형이 먼저 도착한 가족을 죽이더라도 나머지 가족이라도 도망칠 수 있게 하려는 야곱의 조치였다. 랍비들은 이 이야기를 분산 투자의 한 형태로 본다.

분산 투자와 가치 투자의 중요성을 모르는 투자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분산 투자와 가치 투자는 둘 다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실 속 투자자들은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이 문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에 빠른 원금 회수를 기대하며 단기 투자를 노린다. 이런 사람들에게 투자는 빠르게 돈을 불리고자 하는 자기 욕망의 실현 수단일 뿐이다. 탈무드에서 랍비들은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투자 전략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투기적 성향을 가진 투자자들에 대해 랍비들은 성경 말씀을 빌려 다음과 같이 꾸짖는다. “속히 부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형벌을 면치 못하리라(잠언 28:20).”

유대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돈 버는 법과 투자 공부를 습관처럼 익혀왔다. 역대 FRB(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도 5세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주식과 채권에 대해 배우며 경제 감각을 키웠다고 한다. 유대인 부모들은 투자에 대한 교육을 시킬 때 자녀가 초등생이 되면 어린이 펀드에 가입시켜 용돈이 불어나고 줄어드는 것을 보게 함으로써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고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한다. 그리고 성년식을 치르고는 남은 돈으로 저축이나 주식, 펀드 등에 투자하도록 한다. 이 모두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가르쳐주려는 유대인 부모들의 노력들이라 할 수 있다.

랍비 다니엘 라핀(Daniel Lapin)은 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은 인간의 모든 창조적인 에너지를 수량한 것으로 인간의 모든 능력을 표현한 총체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돕고 섬겼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돈이란 하나님의 기적이고, 우리의 삶을 훌륭하고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유대인들의 경제관 중심에는 돈이 아니라 사람이 위치한다. 돈은 이웃을 잘 섬긴 대가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돈을 많이 번 부자는 존경의 대상이고 하나님도 그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본다. 하지만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모으는 것은 남의 돈을 강탈하거나 도둑질한 것과 같다. 그런 돈은 더러운 돈이기 때문에 자선에 써서도 안 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이웃을 섬기는 노동과 같이 자선하는 마음으로 해야 올바른 투자다. 그렇지 않은 투자, 이기적인 목적에 기반한 투자는 투기다. 어렸을 때부터 이웃을 돕는 자선 활동에 참여하고 이웃을 섬기는 건전한 노동의 대가로 투자 수익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기적인 욕망을 누를 줄 알고 투기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존경을 받는 진정한 부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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