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지혜 (절제, 구별, 험담)

절제 : 욕망을 다루는 습관

어떤 것에 매몰되지 않고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 바로 절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유대인들은 안식일이 되면 어떠한 일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흔히 쓰는 스마트폰이나 TV도 켤 수가 없고 자동차도 몰 수 없다. 당연히 요리도 할 수 없다. 온전히 일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세상일에 빠진 자신을 절제하며 지낸다.

유대인들에게 율법을 지킨다는 것은 인간의 욕망을 절제한다는 의미가 있다. 뭔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는 것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찬양받을 수 있지만 자유가 지나치면 ‘방종’으로 흐른다. 방종은 제멋대로 행동하여 거리낌이 없을 때를 이르는 말이다. 방종이 되면 일종의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그 브레이크가 바로 절제력이다. 탈무드에는 현자들이 “누가 강한가?”라고 묻고 “자기 욕망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Pirkei Avot 4:1). 성경 잠언(16:32)에서는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라고 하며 분노를 조절할 줄 아는 절제력을 강조한다.

탈무드는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할 때 ‘키소(Ciso)’ ‘카소(Caso)’ ‘코소(Coso)’ 등 3가지 잣대를 제시한다(Eruvin 65b). 여기서 ‘키소’는 돈주머니를 뜻하며 다른 사람과의 돈 거래 버릇을 말하고, ‘카소’는 분노를 뜻하며 화내는 버릇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코소’는 술잔을 뜻하며 술버릇을 말한다. 즉, 돈과 분노와 술을 어떻게 절제할 줄 아느냐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했다.

유대인 아이들은 일주일 중 단 하루, 안식일 동안은 스마트폰을 만질 수가 없다. 아무리 스마트폰 게임이 좋아도 전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러니까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과몰입된 스마트폰으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절제력을 기르는 중요한 포인트다. 정기적으로 사용과 중단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절제력을 기르고 나아가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는 것도 스스로 예방한다고 할 수 있다.

구별 : 거룩함에 이르게 하는 습관(선민사상)

유대인들은 스스로를 다른 민족과 구별된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그 밑바탕에는 하나님이 유일하게 자신들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선택했다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다. 하나님이 자신들을 선택했다고 믿는 선민사상(選民思想)은 유대신의 기저를 이루면서 다른 민족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구별된 삶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의식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유대인들은 ‘코셔(Kosher)’ 율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다른 민족들과 함께 하는 식사 자리를 한사코 피한다. (코셔 율법이란 종교적 계율에 따라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을 말한다.) 유대인들은 이를 일종의 구별(區別)이라고 생각한다. 유대인들에게 구별은 ‘거룩(Holy)’의 의미와 같다. 유대인들은 스스로 거룩하고 또 거룩해야 한다고 믿는다. 토라에 여러 차례 반복하고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레위기 11:45).”

한국 사회에서는 일과 쉼이 구별되지 않아 과로라는 위험성은 물론이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에 불안과 심리적 공황, 이에 대한 피로와 아쉬움을 호소하는 일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SNS를 통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만들면서도 무엇이 진실된 자기 모습인지 헷갈려 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유대인들의 구별할 줄 아는 습관은 스스로를 아끼고 기억하는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디아스포라의 삶에서 스스로를 아끼고 구별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처럼 우리도 복잡한 세상사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유대인들로부터 배웠으면 좋겠다.

험담 : 말의 힘을 아는 습관

“네 혀를 악에서 금하며 네 입술을 거짓말에서 금하라(시편 34:13)”라고 강력하게 험담을 경계할 것을 명한다. 유대인들이 험담을 극도로 혐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님의 뜻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상에 창조되었고, 유일하게 하나님을 닮은 존재다. 그런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능력이 바로 말이다. 말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잣대며 말에는 사물, 사람, 시간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다. 어떤 말을 골라 쓰느냐에 따라 세상은 좋은 곳으로도 악한 곳으로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유대 현자들의 주장이다.

험담을 가장 확실하게 없애는 마음가짐은 뭐니 뭐니 해도 겸손이다. 남을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태도인 겸손은 감사하는 습관에서 비롯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험담을 삼가는 방법으로 감사 일기를 써볼 것을 권하고 싶다. 나 역시도 매일 감사 일기를 쓰고 있다. 감사할 거리를 찾으니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게 된다. 긍정적인 안목을 기르는 데엔 더없이 좋다. 실제로 유대인들에게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감사하는 습관과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 감사 노트를 마련하여 매일 세 가지 이상 감사 기록을 남긴다면 머지않아 이웃을 대하는 태도에도 따뜻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그때쯤이면 험담하는 나쁜 습관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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